[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 방면으로, 그리고 수원 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포옴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은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욱이 된다.
[서평 talk]
김정환의 「철길」은 ‘떠남’과 ‘만남’의 운명을 철로의 형상 속에 새긴 시다. 시인은 길 위를 달리는 인간의 삶을 철길의 운명에 빗대어, 이별과 기다림, 희망과 인내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끈질기다는 뜻”이라는 구절은 인간이 끝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의 본질을 드러낸다. 서로 갈라지고 멀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철길을 지탱하고, 또한 삶을 지탱한다.
비가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는’ 장면은 고통 속에서도 삶이 식지 않도록 적셔주는 연민의 은유이며, “길보다 먼저 준비된 만남”은 인간 존재의 희망을 암시한다.
결국 이 시는, 이별의 긴 시간 속에서도 만남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다.
철길은 그 자체로 ‘끈질긴 희망의 메타포’이며, 김정환은 이를 통해 삶의 여정을 묵직하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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